
Weekly State House Vol.7 — 내가 이렇게 예뻤다니
Weekly State House Vol.7 — 내가 이렇게 예뻤다니
헤어디자이너 윤서님이 말하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꺼내는 일
헤어디자이너 윤서님이 말하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꺼내는 일
2026.06.25
2026.06.25


스테이트앤코는 우리의 변화가 ‘결정’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결정’을 주제로, 스테이트앤코 커뮤니티 멤버들이 삶에서 경험한 변화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
결정의 순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스테이트하우스에서 Beauty Lab을 운영하는
정윤서(@sbl_state)님 입니다.
윤서님은 헤어디자이너입니다. 그녀가 말하는 헤어 디자인은 단순히 사람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닙니다. 그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드러내는 일 입니다.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흰머리와 곱슬을,
윤서님은 그만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봅니다.
“그냥 어울리는 머리로 해주세요”라는 말 뒤에서는,
그가 정말 만나고 싶은 자기 모습을 찾으려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윤서님이 어떻게 미용을 자기 일로 선택했고,
그 안에서 어떻게 본연의 아름다움을 밖으로 꺼내는 철학을 만들어왔는지 담아 봅니다.

Q. 윤서님 안녕하세요. 윤서님은 어떻게 미용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수능을 망치고 난 뒤였어요. 공부는 스스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재수는 하기 싫고, 원하는 걸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하던 일이 두 가지더라고요. 책 읽고 글 쓰는 일과 뷰티 쪽 파워블로거들의 글을 찾아 읽고 따라 하는 일이요. 그래서 뷰티 에디터가 되고 싶었고, 당시에는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분이 안 계셔서 이 일을 잘하려면 뷰티과로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뷰티과를 가게 되면서 시작됐죠.
Q. 어떻게 보면 기존에 생각하던 길과는 다른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은 말리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처음으로 아빠와 독대를 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건축 쪽에서 일하셨고, 전문직 종사자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제게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전문직은 시작하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괜찮겠냐.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그때 저도 되게 단호하게 말했어요. 할 수 있다. 해보겠다고요. 그랬더니 부모님도 너의 인생이니까, 너의 결정대로 살라고 얘기하시면서 허락해주셨어요. 아빠와의 독대가 참 떨렸는데 그게 마지막 관문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오랫동안 저는 미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수능을 망치고 도피처럼 선택하게 됐다. 별거 없다”라고 말해왔는데요. 최근에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요.
Q. 어떻게 생각이 달라졌나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 선택은 도피가 아니라 확장이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당시의 제 선택을 도망친 거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지나고 보니 그 때의 저는 몰랐지만, 공부만 하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첫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미용은 제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준 일이었어요. 손으로 머리칼을 만지고, 한 사람의 분위기를 읽어내고, 어떤 외형을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일. 제가 원래 좋아했던 글쓰기나 관찰하는 감각과도 연결된 일이기도 했고요.
Q. 헤어디자이너로서 윤서님 모습이 잘 어울려요. 그럼 이제 윤서님의 일에 대해서 좀 더 얘기 나눠볼까요? 윤서님은 언제부터 미용을 단순히 머리를 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일로 보게 되셨나요?
저는 살롱워크와 촬영 일을 같이 해왔어요. 살롱워크는 고객분들을 만나 머리를 해드리는 일이고, 촬영은 화보나 콘셉트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이미지나 콘셉트를 잡고 그걸 구현하는 게 너무 당연해요.
그런데 살롱으로 돌아오면 고객분들이 “이 머리 하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왜요?”라고 물어보면 “그냥요”, “예뻐서요”, “여름이라서요” 정도로 대답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게 전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화보에서 모델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와 콘셉트를 만들어내듯이, 살롱에서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런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헤어로 만들어주는 일이라고요. 그런데 일하면서 점점 더 분명해졌어요. 미용은 단순히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자기 모습과 본연의 아름다움을 외형으로 표현하는 일이라는 걸요.

사진 | 화보 촬영 작업 중인 윤서님
Q. 그걸 가장 잘 느꼈던 고객 사례가 있을까요?
제게 오래 헤어스타일링을 받으신 고객분이 계세요. 직업이 변호사셔서 비교적 딱딱한 분위기의 직장에 계신 분이었어요. 젊은 분인데 머리가 거의 백모에 가까웠고, 곱슬도 굉장히 강하셨어요. 그래서 늘 새치염색과 매직을 같이 해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충분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실 그분은 새치염색과 매직을 원해서 하고 계신 게 아니었어요. 백모와 곱슬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고 계신 거였죠. 저는 그분이 본래 가지고 계신 걸 살리고 싶었어요. 너무나 예쁜 천연 곱슬이었고, 골고루 예쁘게 나는 화이트 헤어였거든요.그래서 제가 “우리 이 생각을 한번 깨볼까요?” 하고 다른 스타일을 제안드리게 됐어요.
Q. 어떤 스타일을 제안하셨나요?
화이트 헤어와 곱슬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숏컷을 해드렸어요. 그분이 가진 곱슬은 누가 보면 “펌 했어요?” 하고 물어볼 만큼 자연스럽고 예뻤고, 흰머리도 아주 고르게 나 있었거든요. 정말 흔치 않은 화이트 헤어였어요.
그래서 그걸 가리지 않고 살렸더니, 딱딱한 변호사 사회 안에서도 너무나 쿨한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법원 계단을 오르는 그분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멋지더라고요. 본인도 만족하셨고, 저도 그 모습을 보면서 되게 기뻤던 기억이 나요.
Q. 와 멋지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한 스타일을 고수해오시던 분이 다른 스타일을 해보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네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외형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거든요. 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면 더 그렇고요.
제가 스타일 상담을 할 때는 보통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보는데, 이분에게는 그 질문 자체가 조금 어려웠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이 너무 컸거든요.
“나는 내가 가진 새치와 곱슬을 가려야 해.” 이 생각이 강하다 보니, 어떤 캐릭터나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지를 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분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서 보여드리는 일이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찾는 건 그다음이었어요.
오랫동안 부정해온 곱슬과 백모를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히 예쁜 거네. 나 자체로도 되게 멋지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게 돕는 게 먼저였죠. 그게 한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Q. 그럴 수 있겠네요. 그 고객분은 이제 자신의 머리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최근에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 머리가 이렇게 전체 백모로 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고, 희귀하고 예쁜 거더라.
나는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예전에는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머리를,
이제는 자기만의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계신 거잖아요.
Q. 윤서님에게도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겠어요.
너무 보람찬 순간이었죠.그리고 그분은 이제 또 다른 스타일로 넘어가셨어요. 하하. 요즘은 스타일 변화를 원하셔서 단발로 머리를 기르고 계신데요. 곱슬이 있다 보니 기르는 과정에서 머리가 계속 우아한 느낌으로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매직을 하고 가셨어요.
그런데 이 매직은 예전의 매직과는 의미가 달랐어요. 예전에는 매직이 “해야만 하는 것”이었거든요. 곱슬을 펴야 하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하는 시술이었죠. 그래서 한동안은 오히려 매직을 하지 말아보자고 제안드린건데 이제는 달라진 거예요. 필요하면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된 거죠.
전에는 “나는 다른 선택이 없으니까 매직을 해야 해”였다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한다”가 된 거예요.
저는 그게 참 좋았어요. 매직이 더 이상 그분에게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된 거니까요.

사진 | 자신이 선택한 모습을 외형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공간, Beauty Lab
Q. 감동적이네요. 얘기를 듣다 보니 윤서님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일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네. 저는 미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용'의 ‘미(美)’는 양(羊)과 큰 대(大)가 합쳐진 글자인데, 고대사회에서 양은 귀하고 상서로운 존재였다고 해요. 그래서 아름다움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귀하고 좋은 것이 크게 드러난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미용도 그래요. 단순히 외면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해서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런데 저처럼 미용실에서 “그냥 저한테 어울리는 걸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도와주시나요?
며칠 전에도 그런 고객분이 계셨어요.“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못 찾겠다. 뭐가 좋은지, 뭐가 예쁜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그런 분들에게는 이렇게 질문을 드려요.
“내가 카페에 앉아 있어요. 그런데 저기서 어떤 여자가 들어오는데 너무 예뻐요.
그 여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묘사해주세요.”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답변을 주세요. 거기서 힌트를 많이 얻어요.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남을 묘사하듯 말하면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장면 안에, 사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들어 있거든요.
➡️7월 둘째주 목요일, Part2.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윤서님이 말하는 미용은 단순히 예쁜 모습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윤서님이 스테이트하우스의 마인드랩을 만나며,
자신이 감각적으로 해오던 이 일을 어떻게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는지 들어봅니다.
오늘 레터를 마무리하며 두 가지 질문을 나눠봅니다.
Q. 님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정말로 결정하고 있나요?
Q. 혹시 가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래도록 선택하지 못한 모습은 없을까요?
✂️윤서님과 함께 나에게 이미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 예약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단순히 예쁜 모습을 만드는 게 아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함께 찾아가는 상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테이트앤코는 우리의 변화가 ‘결정’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결정’을 주제로, 스테이트앤코 커뮤니티 멤버들이 삶에서 경험한 변화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
결정의 순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스테이트하우스에서 Beauty Lab을 운영하는
정윤서(@sbl_state)님 입니다.
윤서님은 헤어디자이너입니다. 그녀가 말하는 헤어 디자인은 단순히 사람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닙니다. 그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드러내는 일 입니다.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흰머리와 곱슬을,
윤서님은 그만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봅니다.
“그냥 어울리는 머리로 해주세요”라는 말 뒤에서는,
그가 정말 만나고 싶은 자기 모습을 찾으려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윤서님이 어떻게 미용을 자기 일로 선택했고,
그 안에서 어떻게 본연의 아름다움을 밖으로 꺼내는 철학을 만들어왔는지 담아 봅니다.

Q. 윤서님 안녕하세요. 윤서님은 어떻게 미용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수능을 망치고 난 뒤였어요. 공부는 스스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재수는 하기 싫고, 원하는 걸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하던 일이 두 가지더라고요. 책 읽고 글 쓰는 일과 뷰티 쪽 파워블로거들의 글을 찾아 읽고 따라 하는 일이요. 그래서 뷰티 에디터가 되고 싶었고, 당시에는 주변에 그런 일을 하는 분이 안 계셔서 이 일을 잘하려면 뷰티과로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뷰티과를 가게 되면서 시작됐죠.
Q. 어떻게 보면 기존에 생각하던 길과는 다른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은 말리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처음으로 아빠와 독대를 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건축 쪽에서 일하셨고, 전문직 종사자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제게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전문직은 시작하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괜찮겠냐.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그때 저도 되게 단호하게 말했어요. 할 수 있다. 해보겠다고요. 그랬더니 부모님도 너의 인생이니까, 너의 결정대로 살라고 얘기하시면서 허락해주셨어요. 아빠와의 독대가 참 떨렸는데 그게 마지막 관문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오랫동안 저는 미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수능을 망치고 도피처럼 선택하게 됐다. 별거 없다”라고 말해왔는데요. 최근에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요.
Q. 어떻게 생각이 달라졌나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 선택은 도피가 아니라 확장이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당시의 제 선택을 도망친 거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지나고 보니 그 때의 저는 몰랐지만, 공부만 하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첫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미용은 제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준 일이었어요. 손으로 머리칼을 만지고, 한 사람의 분위기를 읽어내고, 어떤 외형을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일. 제가 원래 좋아했던 글쓰기나 관찰하는 감각과도 연결된 일이기도 했고요.
Q. 헤어디자이너로서 윤서님 모습이 잘 어울려요. 그럼 이제 윤서님의 일에 대해서 좀 더 얘기 나눠볼까요? 윤서님은 언제부터 미용을 단순히 머리를 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일로 보게 되셨나요?
저는 살롱워크와 촬영 일을 같이 해왔어요. 살롱워크는 고객분들을 만나 머리를 해드리는 일이고, 촬영은 화보나 콘셉트에 맞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이미지나 콘셉트를 잡고 그걸 구현하는 게 너무 당연해요.
그런데 살롱으로 돌아오면 고객분들이 “이 머리 하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왜요?”라고 물어보면 “그냥요”, “예뻐서요”, “여름이라서요” 정도로 대답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게 전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화보에서 모델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와 콘셉트를 만들어내듯이, 살롱에서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런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헤어로 만들어주는 일이라고요. 그런데 일하면서 점점 더 분명해졌어요. 미용은 단순히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자기 모습과 본연의 아름다움을 외형으로 표현하는 일이라는 걸요.

사진 | 화보 촬영 작업 중인 윤서님
Q. 그걸 가장 잘 느꼈던 고객 사례가 있을까요?
제게 오래 헤어스타일링을 받으신 고객분이 계세요. 직업이 변호사셔서 비교적 딱딱한 분위기의 직장에 계신 분이었어요. 젊은 분인데 머리가 거의 백모에 가까웠고, 곱슬도 굉장히 강하셨어요. 그래서 늘 새치염색과 매직을 같이 해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충분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실 그분은 새치염색과 매직을 원해서 하고 계신 게 아니었어요. 백모와 곱슬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고 계신 거였죠. 저는 그분이 본래 가지고 계신 걸 살리고 싶었어요. 너무나 예쁜 천연 곱슬이었고, 골고루 예쁘게 나는 화이트 헤어였거든요.그래서 제가 “우리 이 생각을 한번 깨볼까요?” 하고 다른 스타일을 제안드리게 됐어요.
Q. 어떤 스타일을 제안하셨나요?
화이트 헤어와 곱슬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숏컷을 해드렸어요. 그분이 가진 곱슬은 누가 보면 “펌 했어요?” 하고 물어볼 만큼 자연스럽고 예뻤고, 흰머리도 아주 고르게 나 있었거든요. 정말 흔치 않은 화이트 헤어였어요.
그래서 그걸 가리지 않고 살렸더니, 딱딱한 변호사 사회 안에서도 너무나 쿨한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법원 계단을 오르는 그분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멋지더라고요. 본인도 만족하셨고, 저도 그 모습을 보면서 되게 기뻤던 기억이 나요.
Q. 와 멋지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한 스타일을 고수해오시던 분이 다른 스타일을 해보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네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외형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거든요. 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면 더 그렇고요.
제가 스타일 상담을 할 때는 보통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보는데, 이분에게는 그 질문 자체가 조금 어려웠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이 너무 컸거든요.
“나는 내가 가진 새치와 곱슬을 가려야 해.” 이 생각이 강하다 보니, 어떤 캐릭터나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지를 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분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서 보여드리는 일이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찾는 건 그다음이었어요.
오랫동안 부정해온 곱슬과 백모를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히 예쁜 거네. 나 자체로도 되게 멋지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게 돕는 게 먼저였죠. 그게 한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Q. 그럴 수 있겠네요. 그 고객분은 이제 자신의 머리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최근에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 머리가 이렇게 전체 백모로 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고, 희귀하고 예쁜 거더라.
나는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예전에는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머리를,
이제는 자기만의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계신 거잖아요.
Q. 윤서님에게도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겠어요.
너무 보람찬 순간이었죠.그리고 그분은 이제 또 다른 스타일로 넘어가셨어요. 하하. 요즘은 스타일 변화를 원하셔서 단발로 머리를 기르고 계신데요. 곱슬이 있다 보니 기르는 과정에서 머리가 계속 우아한 느낌으로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매직을 하고 가셨어요.
그런데 이 매직은 예전의 매직과는 의미가 달랐어요. 예전에는 매직이 “해야만 하는 것”이었거든요. 곱슬을 펴야 하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하는 시술이었죠. 그래서 한동안은 오히려 매직을 하지 말아보자고 제안드린건데 이제는 달라진 거예요. 필요하면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된 거죠.
전에는 “나는 다른 선택이 없으니까 매직을 해야 해”였다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한다”가 된 거예요.
저는 그게 참 좋았어요. 매직이 더 이상 그분에게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된 거니까요.

사진 | 자신이 선택한 모습을 외형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공간, Beauty Lab
Q. 감동적이네요. 얘기를 듣다 보니 윤서님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일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네. 저는 미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용'의 ‘미(美)’는 양(羊)과 큰 대(大)가 합쳐진 글자인데, 고대사회에서 양은 귀하고 상서로운 존재였다고 해요. 그래서 아름다움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귀하고 좋은 것이 크게 드러난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미용도 그래요. 단순히 외면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해서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런데 저처럼 미용실에서 “그냥 저한테 어울리는 걸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도와주시나요?
며칠 전에도 그런 고객분이 계셨어요.“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못 찾겠다. 뭐가 좋은지, 뭐가 예쁜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그런 분들에게는 이렇게 질문을 드려요.
“내가 카페에 앉아 있어요. 그런데 저기서 어떤 여자가 들어오는데 너무 예뻐요.
그 여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묘사해주세요.”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답변을 주세요. 거기서 힌트를 많이 얻어요.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남을 묘사하듯 말하면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장면 안에, 사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들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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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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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에서는 윤서님이 스테이트하우스의 마인드랩을 만나며,
자신이 감각적으로 해오던 이 일을 어떻게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는지 들어봅니다.
오늘 레터를 마무리하며 두 가지 질문을 나눠봅니다.
Q. 님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정말로 결정하고 있나요?
Q. 혹시 가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래도록 선택하지 못한 모습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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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진행 시 보안과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장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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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앤코는 엄격한 출입 통제 시스템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운영 정책을 통해 멤버들의 이야기 및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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